2004년 04월 07일
넬슨 드밀의 <Plum Island: 자둣섬>
제 블로그가 오늘 내로 4000히트를 돌파할 것 같은데, 사실 방문자의 95%--이른바, 침묵하는 다수--는 전일본 여동생 선수권 대회이 목적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만, 일단 추리소설 리뷰가 이 블로그의 기본 지향인만큼 [...<금병매>가 추리소설이우?] 오랜만에 하나 올려보기로 하죠. >.<
이번에 리뷰할 추리소설은 넬슨 드밀: Nelson DeMille의 <자둣섬: Plum Island>입니다.
사실, 이 작가를 알게 된 경위를 얘기하자면, 스테픈 킹의 소설 <뼈가 담긴 자루>를 읽다가 주인공 마이클 누난이 현존하는 최고의 대중소설 작가를 두 명 꼽으며 리처드 노스 패터슨(주로 법정스릴러 전문)과 함께 위의 넬슨 드밀을 거명해서 "과연 스테픈 킹이 (소설 주인공의 입을 빌려) 극찬하는 작가가 어느 정도일까?" 싶어 이 <자둣섬>을 그날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
읽고 나서 감상은 "역시 명불허전!" ...이라기 보다는 양키 센스가 뚝뚝 흘러넘치는 유머의 연타에 회색 뇌세포가 완전히 마비되어 범인이나 트릭은 완전히 잊혀져 버렸군요. [어이어이]

우선, 주인공 존 코리: John Corey는 아일랜드계의 뉴욕 경찰청 강력과에서 근무하던 형사로서 거리의 총격사건에 휘말려 폐 부위에 부상을 당해, 현재 롱아일랜드(Long Island: 뉴욕 바로 옆의 거대한 섬. 자세한 설명은 저기 아래에.)의 친척집에 요양을 하고 있는 처지인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연구원 부부가 살해당하면서 그 시골 경찰서의 서장한테
최근의 추리소설이 다 그렇듯이, 이야기는 범인의 트릭보다 모티브, 즉 동기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는데, 자둣섬의 묘미는 대부분의 추리소설과 달리 동기가 치정이나 금전 혹은 복수에 한정되지 않고 좀 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입니다. >.<
우선, 연구원 부부는 공식적으로는 미국 농림수산부의 가축 질병 센터에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방부의 생화학 병기 대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네바 협정에 따라 전투에 생화학 병기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명목은 어디까지나 "세균전 방비 대책"이지만, 방패(백신)를 만들기 위해서 창(바이러스)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일행은 처음에 이 연구원 부부가 "세균전용 바이러스"를 테러리스트나 제3국에 팔아넘기려다 살해당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백신"이 목적이었을 수도 있겠죠.)
거기에 덧붙여, 마약 밀수의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DEA가 끼어들면서 ([Writing] 미 경찰과 치안조직) 이야기는 점점 꼬여가기 시작하는데...
참고로, 자둣섬은 롱아일랜드의 집게발(지도를 보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후훗) 사이에 끼인 조그만 섬으로서, 위에서 거론한 연구소--세균전 연구는 철저히 격리된 장소가 필요함--가 위치한 장소입니다.
<자둣섬>에서 특히 흥미를 돋구는 부분은 미국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치안조직 간의 대립이군요. 우선 지방경찰과 FBI, DEA에다가 자둣섬의 경비대 대장, 농림수산부 조사원으로 가장한--소설 초반에 들통나니 까발리기는 아닙니다 >.<--CIA 직원까지 골고루 섞여서 공식적인 지위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존 코리와 대립하며, "도대체 얘네들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거야? 아니면 그냥 덮어버리려는 거야?"란 의문마저 들더군요.
뭐어, 생각해 보면 지방경찰과 중앙경찰 간의 갈등은 셜록 홈즈 시절부터 있었으니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만...그래도 서로 갈구면서 사건 조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면 쓴웃음이 먼저 나오는군요. (그외에도 조사팀의 홍일점인 베스 형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는 의도도 있고...어디가나 수컷이 말썽이에요, 수컷이. ^^;;;)
그리고 두 번째, 존 코리는 아일랜드계의 뉴욕 출신, 즉 재치가 넘치지만 무례하고 시건방진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1인칭 시점다운 맛깔스러운 화술을 보여 줍니다. >.< 처음 읽으면서 웃을만큼 영어가 뛰어난 편이 아니라 아쉽지만,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예전에 몰랐던 농담이 이해되는 것이 즐겁네요. [뭐어, 원래 기질이 양키센스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걸지도...]
과연 우리나라에서 정식발매될 지 모르지만 강추천입니다. >.<=b
덧. 여기서 롱아일랜드에 관해 잠시 설명하자면,
롱아일랜드 지도를 본다
잃어버린 세대의 선두주자인 스콧트 피츠제럴드의 대작 <위대한 개츠비: Great Gatsby>의 배경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조그만 섬이 바로 뉴욕의 중심인 맨하탄 섬이고, 자둣섬은 롱아일랜드 동쪽의 집게발 사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섬을 빙돌아 바로 뉴욕항에 들어가는 마약 루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 사태로 인해 해상 경비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마약 밀수꾼들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셈이로군요. [쓴웃음]
덧2. 빨리 1920년대 정통 추리소설 리뷰도 하나 선보여야겠는데...[ㅜ.ㅜ]
# by 옥수수밭 | 2004/04/07 12:32 | 추리소설& 경제학도 | 트랙백(1) | 덧글(18)




